망종 — 보리 베고 벼 심는 가장 바쁜 절기, 현충일과의 관계
망종(芒種)의 '망(芒)'은 벼나 보리 이삭 끝에 달린 가시랭이, 우리말로 까끄라기를 뜻합니다. 망종은 까끄라기가 있는 곡식을 거두고 심는 때라는 뜻입니다. 보리는 거두고 벼는 심는 일이 한꺼번에 몰리는 시기라, 옛 농가에서는 1년 중 가장 바쁜 절기로 꼽혔습니다. 태양 황경 75도, 양력 6월 5~6일 무렵입니다.
"발등에 오줌 싼다"는 계절
망종 무렵의 바쁨을 표현하는 속담이 여럿 전합니다. 대표적인 것이 "망종 무렵에는 발등에 오줌 싼다"는 말로, 그만큼 정신없이 일한다는 뜻입니다. 두 가지 큰일이 겹치기 때문입니다.
- 보리 베기 — 가을에 심어 겨울을 난 보리가 여물어 거둘 때가 됩니다. 장마가 오기 전에 거둬 말려야 했습니다.
- 모내기 — 보리를 벤 논에 바로 물을 대고 모를 옮겨 심습니다. 늦어지면 벼가 충분히 자라지 못합니다.
같은 논에서 보리를 거두자마자 벼를 심는 이 방식을 이모작이라 합니다. 보리 수확이 하루 늦어지면 모내기도 하루 늦어지니, 두 일을 쉬지 않고 이어서 해야 했습니다. 이런 사정 때문에 망종 무렵에는 이웃끼리 일손을 모아 품앗이로 일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보리 그스름
『한국세시풍속사전』은 망종 무렵 아직 덜 여문 풋보리를 베어다 불에 그슬려 먹는 풍속을 소개합니다. 이를 '보리 그스름'이라 했고, 이렇게 먹으면 이듬해 보리 농사가 잘된다고 여긴 지역이 있었습니다. 보릿고개를 넘기던 시절에는 햇보리를 처음 맛보는 일 자체가 반가운 행사였습니다. 보릿고개의 사정은 앞 절기인 소만에 자세히 적었습니다.
망종 날씨로 한 해를 점치는 풍속도 지역마다 달라, 망종에 비가 오면 풍년이 든다고 보는 곳도 있었고 망종날 천둥이 치면 그해 일이 불길하다고 여기는 곳도 있었습니다. 다 익은 보리가 비에 젖으면 쓰러지고 싹이 나서 거두기 어려워지기 때문입니다.
모내기 시기는 지금 더 이르다
옛 농사력에서 모내기는 망종 무렵이 한창이었지만, 오늘날에는 대부분 5월 중순에서 하순에 마칩니다. 비닐 못자리로 모를 일찍 기를 수 있게 되었고, 이앙기가 보급되면서 짧은 기간에 넓은 논에 모를 심을 수 있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보리와 벼를 같은 논에서 잇달아 짓는 이모작도 크게 줄어, '망종 = 보리 베고 모내기'라는 등식은 지금은 일부 남부 지역에서나 남아 있습니다. 2026년 망종 날 서울의 낮은 14시간 39분(해 뜸 05:11, 해 짐 19:50)으로, 하지보다 고작 6분 짧습니다.
2026~2035년 망종
| 연도 | 양력 (한국 표준시) | 음력 | 현충일(6월 6일)과 |
|---|---|---|---|
| 2026 | 6월 6일(토) 00:48 | 4월 21일 | 같은 날 |
| 2027 | 6월 6일(일) 06:26 | 5월 2일 | 같은 날 |
| 2028 | 6월 5일(월) 12:16 | 5월 13일 | 하루 전 |
| 2029 | 6월 5일(화) 18:10 | 4월 24일 | 하루 전 |
| 2030 | 6월 5일(수) 23:44 | 5월 5일 | 하루 전 |
| 2031 | 6월 6일(금) 05:36 | 4월 17일 | 같은 날 |
| 2032 | 6월 5일(토) 11:28 | 4월 28일 | 하루 전 |
| 2033 | 6월 5일(일) 17:13 | 5월 9일 | 하루 전 |
| 2034 | 6월 5일(월) 23:07 | 4월 19일 | 하루 전 |
| 2035 | 6월 6일(수) 04:51 | 5월 1일 | 같은 날 |
2026년 망종은 자정을 48분 넘긴 시각이라, 한 시간 늦은 중국 시간으로는 6월 5일이 됩니다. 2030년 망종은 음력 5월 5일로 단오와 같은 날입니다. 단오는 단오에서 따로 다룹니다.
표에서 보듯 망종은 6월 5일과 6일을 오가며, 윤년 다음 해부터 점차 늦어지다가 다시 하루 당겨지는 4년 주기를 따릅니다.
현충일은 왜 6월 6일일까
현충일은 1956년에 6월 6일로 정해졌습니다. 이 날짜를 고른 배경으로는 망종이 자주 거론됩니다. 예로부터 망종 무렵에 제사를 지내는 풍습이 있었고, 고려 시대에 망종 날 전사한 장병의 유골을 집으로 보내 제사를 지내게 했다는 기록이 있다는 설명입니다. 1956년 망종이 6월 6일이었던 것도 함께 언급됩니다. 다만 공식 제정 이유를 하나로 못 박은 자료는 드물어, '망종과 관련이 있다'는 정도로 이해하는 것이 정확합니다.
위 표처럼 지금은 현충일과 망종이 같은 날인 해와 하루 어긋나는 해가 섞여 있습니다. 망종은 태양의 위치로, 현충일은 양력 날짜로 정해지기 때문입니다. 다음 절기는 낮이 가장 긴 하지입니다.
참고한 자료
- 한국천문연구원 천문력(공공데이터포털 특일 정보) — 연도별 절기 일시
- 국립민속박물관, 『한국세시풍속사전』 '망종'·'보리그스름' 항목
- 국가보훈부, 현충일 제정 경위 안내 자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