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 — 낮이 가장 긴 날인데 해가 가장 일찍 뜨는 날은 아니다
하지(夏至)는 태양이 황경 90도에 이르러 북반구에서 낮이 가장 길어지는 날입니다. 양력 6월 21일 무렵이고, '여름(夏)에 이르렀다(至)'는 뜻입니다. 그런데 서울의 해 뜨고 지는 시각을 하루하루 계산해 보면 흥미로운 점이 보입니다. 낮이 가장 긴 날과 해가 가장 일찍 뜨는 날, 가장 늦게 지는 날이 모두 다릅니다.

2026년 6월, 서울의 해
| 날짜 | 해 뜨는 시각 | 해 지는 시각 | 낮 길이 |
|---|---|---|---|
| 6월 6일 (망종) | 05:11 | 19:50 | 14시간 39분 |
| 6월 14일 | 05:10 (1년 중 가장 이름) | 19:54 | 14시간 44분 |
| 6월 21일 (하지) | 05:10 | 19:56 | 14시간 45분 (가장 김) |
| 6월 27일 | 05:12 | 19:57 | 14시간 44분 |
| 6월 28일 | 05:12 | 19:57 (1년 중 가장 늦음) | 14시간 44분 |
| 7월 7일 (소서) | 05:17 | 19:56 | 14시간 39분 |
왜 날짜가 어긋날까
이유는 '태양이 하늘 가장 높은 곳에 오는 시각', 곧 남중 시각이 날마다 조금씩 움직이기 때문입니다. 지구는 타원 궤도를 돌고 자전축이 기울어 있어서, 해가 정남쪽에 오는 시각이 1년 동안 앞뒤로 십몇 분씩 오갑니다. 이 차이를 균시차라고 합니다.
- 6월 중순부터 하순 사이에는 남중 시각이 날마다 조금씩 늦어집니다.
- 그래서 해 뜨는 시각과 해 지는 시각이 함께 뒤로 밀립니다.
- 낮 길이가 거의 변하지 않는 하지 앞뒤에서는 이 '밀림'의 효과가 더 크게 드러납니다.
결과적으로 해돋이는 하지 일주일 전에 가장 이르고, 해넘이는 하지 일주일 뒤에 가장 늦습니다. 같은 일이 겨울에도 반대로 일어나서, 동지 무렵에는 해넘이가 가장 이른 날이 동지보다 앞에, 해돋이가 가장 늦은 날이 동지보다 뒤에 옵니다.
2026~2035년 하지
| 연도 | 양력 (한국 표준시) | 음력 |
|---|---|---|
| 2026 | 6월 21일(일) 17:25 | 5월 7일 |
| 2027 | 6월 21일(월) 23:11 | 5월 17일 |
| 2028 | 6월 21일(수) 05:02 | 5월 29일 |
| 2029 | 6월 21일(목) 10:48 | 5월 10일 |
| 2030 | 6월 21일(금) 16:31 | 5월 21일 |
| 2031 | 6월 21일(토) 22:17 | 5월 2일 |
| 2032 | 6월 21일(월) 04:09 | 5월 14일 |
| 2033 | 6월 21일(화) 10:01 | 5월 25일 |
| 2034 | 6월 21일(수) 15:44 | 5월 6일 |
| 2035 | 6월 21일(목) 21:33 | 5월 16일 |
이 10년 동안 하지는 한 번도 6월 21일을 벗어나지 않습니다. 하지는 중기라 언제나 음력 5월에 듭니다. 2028년에는 하지가 음력 5월 29일, 거의 그달 마지막 날에 들고, 그 바로 다음 달이 중기가 없는 윤5월이 됩니다(윤달 참고).
하지의 낮 14시간 45분은 동지(9시간 34분)보다 5시간 11분 깁니다. 같은 서울이라도 여름과 겨울의 낮 길이가 이만큼 차이 나는 셈이고, 위도가 더 높은 곳일수록 이 차이는 커집니다.
하지 정오 무렵 서울의 태양은 지평선에서 약 76도 높이까지 올라가, 한낮에는 그림자가 발밑에 거의 붙을 만큼 짧아집니다.
하지감자와 기우제
봄에 심은 감자는 하지 무렵 캐기 시작해서 '하지감자'라는 이름이 붙었습니다. 『한국세시풍속사전』에는 하지 무렵 햇감자를 캐어 삶아 먹거나 감자를 갈아 부침을 해 먹는 풍속이 소개되어 있습니다. 감자는 봄에 심어 석 달 남짓이면 거둘 수 있어, 보리와 함께 보릿고개를 넘기는 데 큰 힘이 된 작물이었습니다.
하지 무렵은 모내기를 마친 논에 물이 가장 많이 필요한 때이기도 합니다. 장마가 늦거나 비가 오지 않으면 큰일이었기 때문에, 하지가 지나도록 가물면 마을이나 고을 단위로 기우제를 지냈습니다. 조선 시대에는 나라에서 지내는 기우제도 있었습니다. 하지가 지나고 며칠 안에 대개 장마가 시작되어(평년 중부지방 6월 25일 무렵) 비 걱정이 반대로 바뀌고, 다음 절기인 소서 무렵에는 장마가 한창입니다.
하지를 지나면 낮은 다시 짧아지기 시작하지만, 더위는 한 달 넘게 더 심해집니다. 땅과 바다가 데워지는 데 시간이 걸리기 때문으로, 1년 중 가장 더운 때는 하지가 아니라 삼복 무렵입니다.
하지 무렵의 다른 이야기로는 장마와 감자 농사가 있고, 이어지는 여름 절기는 소서·대서 순서로 정리해 두었습니다.
참고한 자료
- 한국천문연구원 천문력(공공데이터포털 특일 정보) — 연도별 절기 일시
- 한국천문연구원 천문우주지식정보 '일출·일몰 시각'·'균시차' 설명
- 국립민속박물관, 『한국세시풍속사전』 '하지'·'기우제' 항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