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장은 언제 하나 — 기상청 '김장 적기' 기준과 입동 이야기
김장은 겨우내 먹을 김치를 한꺼번에 담그는 일입니다. 옛날에는 입동 무렵이 김장철이었지만, 지금은 그보다 늦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김장 날짜를 정할 때 실제로 참고할 만한 기준을 정리했습니다.
기상청의 '김장 적기' 기준
기상청은 지역별 김장 적정 시기를 안내해 왔고, 최근에는 민간 기상업체도 비슷한 기준으로 발표합니다. 이때 쓰는 기준은 두 가지입니다.
- 하루 평균기온이 4도 이하로 꾸준히 유지될 것
- 하루 최저기온이 0도 이하로 내려갈 것
이 정도 온도가 되어야 김치가 천천히 익어 맛이 좋고 쉽게 시어지지 않는다는 것이 기준의 취지입니다. 기온이 높을 때 담그면 김치가 빨리 익어 겨울을 나기 전에 시어 버리고, 너무 추워진 뒤에는 배추와 무가 밭에서 얼 위험이 있습니다.
지역마다 다른 김장철
기준이 기온이기 때문에 김장 적기는 지역마다 크게 다릅니다. 기상청 안내를 보면 대체로 다음과 같은 흐름입니다.
| 지역 | 김장 적기 (대략) |
|---|---|
| 강원 산간·중부 내륙 북부 | 11월 상순~중순 |
| 서울·경기·충청 | 11월 하순~12월 초순 |
| 남부 내륙 | 12월 초순~중순 |
| 남해안·제주 | 12월 중순 이후 |
북쪽과 산간에서 시작한 김장철이 한 달 넘게 걸려 남해안까지 내려오는 셈입니다. 단풍이 북쪽에서 남쪽으로 내려오는 것과 같은 방향입니다(한로 참고).
입동 김장이 늦어진 이유
『한국세시풍속사전』은 입동 무렵을 김장을 하는 때로 설명합니다. 그런데 지금 서울의 김장 적기는 입동(11월 7일 무렵)보다 2~3주 늦습니다. 가장 큰 이유는 기온이 올랐기 때문입니다. 같은 입동이라도 지금은 예전보다 따뜻해서, 4도 기준에 도달하는 날이 늦어졌습니다. 김치냉장고가 보급되면서 김장을 꼭 추위에 맞출 필요가 줄어든 것도 영향을 주었습니다. 입동 무렵의 다른 풍속은 입동에서 볼 수 있습니다.
김장 일정표 — 거꾸로 세어 보기
김장 날을 정했다면 준비는 그보다 훨씬 앞서 시작됩니다.
| 시기 | 할 일 |
|---|---|
| 8월 중순~9월 초 | 김장 배추 모종 옮겨 심기, 김장 무 씨 뿌리기 (입추 참고) |
| 9~10월 | 고추 말려 고춧가루 빻기, 젓갈(새우젓·멸치액젓) 장만 |
| 김장 1~2주 전 | 천일염·마늘·생강·쪽파·갓 등 부재료 준비, 김치통 씻어 말리기 |
| 김장 전날 | 배추 다듬어 소금에 절이기 (보통 10~12시간) |
| 김장 당일 | 절인 배추 씻어 물 빼기, 김칫소 버무려 넣기 |
배추를 절이는 시간은 배추 크기와 소금 농도, 기온에 따라 달라집니다. 줄기를 구부렸을 때 부러지지 않고 휘어지면 잘 절여진 것으로 봅니다. 너무 오래 절이면 짜고 질겨지므로 중간에 한 번 위아래를 뒤집어 고르게 절입니다.
김장 때 담그는 김치들
김장은 배추김치만 담그는 날이 아니었습니다. 겨우내 먹을 여러 김치를 한꺼번에 담갔습니다.
| 김치 | 재료 | 특징 |
|---|---|---|
| 통배추김치 | 배추, 무채 소 | 김장의 중심, 겨울 내내 익혀 가며 먹음 |
| 동치미 | 작은 무, 소금물 | 국물을 넉넉히 부어 시원하게 익힘, 겨울 냉면·국수 국물로도 씀 |
| 깍두기·섞박지 | 무 | 배추김치 사이에 넣거나 따로 담금 |
| 총각김치 | 총각무 | 잎째 담가 아삭함이 오래감 |
| 갓김치·파김치 | 갓, 쪽파 | 지역에 따라 담금, 남부 지방에서 많이 담금 |
무로 담그는 김치가 많은 것은 김장 무가 배추와 같은 시기에 수확되고, 오래 두어도 아삭함이 잘 유지되기 때문입니다. 동치미처럼 국물이 많은 김치는 추운 날 땅에 묻은 독에서 살얼음이 낄 때 가장 맛이 좋다고 했습니다. 김치냉장고가 없던 시절에는 김칫독을 땅에 묻어 온도가 크게 변하지 않게 보관했습니다.
함께 담그고 나누는 문화
김장은 한 집에서 혼자 하기 어려운 큰일이라, 이웃과 친척이 돌아가며 서로의 김장을 도왔습니다. 담근 김치는 형편이 어려운 이웃과 나누었습니다. 이렇게 함께 담그고 나누는 문화가 인정받아, 2013년 '김장, 김치를 담그고 나누는 문화'가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에 올랐습니다. 지금도 김장철이면 지역마다 김장 나눔 행사가 열리는 것은 이 전통이 이어지고 있다는 뜻입니다.
김장 날짜를 정할 때는 그해 기상청이 발표하는 지역별 김장 적기와 일주일 날씨 예보를 함께 보고, 기온이 기준 아래로 내려간 직후의 주말을 고르는 집이 많습니다. 배추를 절이는 날과 소를 넣는 날이 이틀에 걸치므로, 두 날 모두 너무 춥지 않은 날을 고르는 것이 일하기에도 편합니다.
참고한 자료
- 기상청 날씨누리, 김장 적정 시기 안내 및 기준 설명 자료
- 국립민속박물관, 『한국세시풍속사전』 '김장' 항목
- 국가유산청, '김장, 김치를 담그고 나누는 문화'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 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