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춘 — 추운데 왜 봄의 시작일까, 2026~2035년 입춘 시각
입춘(立春)은 24절기의 첫 번째로, 태양의 황경이 315도에 이르는 때입니다. 양력으로는 2월 4일 무렵인데, 이때 서울은 아직 영하로 떨어지는 날이 많습니다. 그런데도 '봄이 선다'고 이름 붙인 데에는 분명한 기준이 있습니다.
기온이 아니라 햇빛으로 나눈 계절
24절기는 기온이 아니라 태양의 위치로 계절을 나눕니다. 낮이 가장 짧은 동지에서 낮과 밤이 같아지는 춘분까지를 반으로 가른 지점이 입춘입니다. 서울의 해 뜨고 지는 시각을 계산해 보면 그 변화가 숫자로 보입니다.
| 날짜 | 해 뜨는 시각 | 해 지는 시각 | 낮 길이 |
|---|---|---|---|
| 2025년 12월 22일 (동지) | 07:44 | 17:18 | 9시간 34분 |
| 2026년 2월 4일 (입춘) | 07:33 | 17:59 | 10시간 25분 |
| 2026년 3월 20일 (춘분) | 06:36 | 18:43 | 12시간 7분 |
동지 뒤 한 달 반 사이에 낮이 51분 늘었고, 특히 해 지는 시각이 41분이나 늦어졌습니다. 기온은 땅과 바다가 데워지는 데 시간이 걸려 한 달 이상 늦게 따라오기 때문에, 햇빛은 이미 봄 쪽으로 돌아섰는데 체감은 한겨울인 시기가 바로 입춘 무렵입니다.
2026~2035년 입춘 시각
| 연도 | 양력 (한국 표준시) | 음력 |
|---|---|---|
| 2026 | 2월 4일(수) 05:02 | 12월 17일 |
| 2027 | 2월 4일(목) 10:46 | 12월 28일 |
| 2028 | 2월 4일(금) 16:31 | 1월 9일 |
| 2029 | 2월 3일(토) 22:21 | 12월 20일 |
| 2030 | 2월 4일(월) 04:08 | 1월 2일 |
| 2031 | 2월 4일(화) 09:58 | 1월 13일 |
| 2032 | 2월 4일(수) 15:49 | 12월 23일 |
| 2033 | 2월 3일(목) 21:42 | 1월 4일 |
| 2034 | 2월 4일(토) 03:41 | 12월 16일 |
| 2035 | 2월 4일(일) 09:32 | 12월 26일 |
음력으로는 12월에 들기도 하고 1월에 들기도 해서, 같은 입춘이라도 설보다 먼저 오는 해와 나중에 오는 해가 섞여 있습니다. 2029년과 2033년만 2월 3일인 이유는 절기 날짜가 해마다 하루씩 바뀌는 이유에서 다뤘습니다.
입춘과 설, 무엇이 먼저 올까
입춘은 양력 2월 4일 무렵에 고정되어 있고, 설은 음력 1월 1일이라 양력 1월 하순부터 2월 중순까지 움직입니다. 그래서 둘의 순서는 해마다 바뀝니다. 2026년에는 입춘(2월 4일)이 설(2월 17일)보다 13일 먼저 왔고, 2028년에는 설(1월 27일)이 입춘(2월 4일)보다 8일 먼저 옵니다. 위 표에서 입춘의 음력 날짜가 12월로 적힌 해는 입춘이 설보다 먼저 오는 해이고, 1월로 적힌 해는 설이 먼저 오는 해입니다.
입춘첩 — 대문에 붙이는 봄 글씨
입춘에 가장 널리 알려진 풍속은 대문이나 기둥에 글귀를 써 붙이는 입춘첩(立春帖)입니다. 『동국세시기』에는 궁궐에서 신하들이 지은 시를 골라 기둥에 붙이고, 민가에서도 집집마다 글귀를 붙인다고 적혀 있습니다. 가장 흔한 글귀는 다음 두 구절을 짝지은 것입니다.
- 입춘대길(立春大吉) — 봄이 시작되니 크게 길하라
- 건양다경(建陽多慶) — 밝은 기운이 서니 경사가 많으라
입춘첩은 '입춘 시각'에 맞춰 붙여야 효과가 있다는 말이 전해져, 시각이 한밤이나 새벽이면 그 시간에 맞춰 붙이는 집도 있었다고 합니다. 2026년처럼 새벽 5시에 드는 해라면 일어나자마자 붙이면 되는 셈입니다.
오신반 — 매운 나물 다섯 가지
『한국세시풍속사전』은 입춘에 매운맛이 나는 햇나물 다섯 가지로 만든 오신반(五辛盤)을 먹는 풍속을 소개합니다. 겨울 동안 부족했던 신선한 채소를 처음 맛보는 의미가 있었고, 『동국세시기』에는 경기도 산골에서 움파·멧갓·승검초 같은 햇나물을 궁중에 올렸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어떤 다섯 가지를 쓰는지는 지역마다 달랐습니다. 입춘 뒤에 이어지는 나물 철은 봄나물, 절기 따라 먹는 순서에서 정리했습니다.
입춘을 기준으로 한 '띠'
사주나 띠를 따질 때 한 해의 시작을 설날이 아니라 입춘으로 보는 방식이 있습니다. 이 기준이면 2026년 2월 4일 05시 02분 이전에 태어난 사람은 전년도 띠가 됩니다. 일상에서 쓰는 띠는 보통 설날이나 양력 1월 1일 기준이어서, 같은 사람의 띠가 기준에 따라 달라지는 일이 생깁니다. 어느 쪽이 맞다고 정해진 것은 아니고 쓰는 분야의 관습 차이입니다.
다음 절기인 우수는 우수 — 눈이 비로 바뀌는 때에서 이어집니다.
참고한 자료
- 한국천문연구원 천문력(공공데이터포털 특일 정보) — 연도별 절기 일시
- 국립민속박물관, 『한국세시풍속사전』 '입춘'·'입춘첩'·'오신반' 항목
- 홍석모, 『동국세시기』(1849) 입춘조 —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해제 참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