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계절 세시풍속

봄나물, 절기 따라 먹는 순서 — 입춘 냉이부터 곡우 두릅까지

사계절 세시풍속 편집 · 2026년 10월 15일

봄나물은 '봄'이라는 한 시기에 한꺼번에 나오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땅이 녹는 순서대로 차례차례 올라옵니다. 땅에 바짝 붙어 겨울을 난 뿌리 나물이 먼저, 새로 싹을 틔우는 잎 나물이 다음, 나무에 돋는 순이 마지막입니다. 이 흐름을 절기에 맞춰 보면 언제 무엇을 찾으면 되는지 한눈에 들어옵니다.

절기별 봄나물 달력

시기절기대표 나물특징
2월 초~중순입춘 · 우수냉이, 달래, 움파겨울을 난 뿌리째 먹는 나물
3월 초~중순경칩 · 춘분쑥, 씀바귀, 돌나물, 봄동새싹이 올라오는 잎 나물
4월청명 · 곡우두릅, 머위, 취나물, 원추리나무순과 산나물
4월 말~5월곡우 · 입하고사리, 엄나무순, 참나물말려서 묵은나물로 쓰는 것도 많음

남부와 중부, 노지와 시설 재배에 따라 2~3주씩 차이가 납니다. 시장에서는 하우스 재배 덕분에 더 일찍 보이기도 합니다.

입춘 무렵 — 뿌리째 먹는 첫 나물

냉이와 달래는 가을에 싹을 틔워 잎을 땅에 바짝 붙인 채 겨울을 납니다. 그래서 땅이 녹자마자 가장 먼저 캘 수 있습니다. 입춘에 매운맛 나는 햇나물 다섯 가지로 오신반을 만들어 먹었다는 풍속도 이 시기의 첫 나물을 반기는 의미였습니다(입춘 참고).

경칩·춘분 무렵 — 쓴맛의 계절

쑥과 씀바귀는 이른 봄에 올라오는 대표적인 잎 나물입니다. 씀바귀처럼 쓴맛이 강한 나물은 데친 뒤 찬물에 잠시 담가 두면 쓴맛이 누그러집니다. 쑥은 어린잎일수록 향이 부드러워, 떡이나 국으로 쓰려면 키가 한 뼘이 되기 전에 뜯는 것이 좋다고 합니다.

청명·곡우 무렵 — 나무순과 산나물

두릅은 두릅나무의 새순으로, 순이 너무 벌어지기 전에 따야 부드럽습니다. 머위와 취나물, 원추리도 이 무렵 나옵니다. 고사리는 이때 꺾어 데쳐 말려 두었다가 겨울과 이듬해 정월대보름에 묵은나물로 먹었습니다. 그 이야기는 오곡밥과 묵은나물에서 이어집니다.

데치는 요령

  1. 흙이 많은 냉이·달래는 뿌리 쪽을 칼등으로 긁어 내고 물을 여러 번 갈며 씻습니다.
  2. 물이 팔팔 끓을 때 소금을 약간 넣고, 단단한 줄기부터 넣어 짧게 데칩니다.
  3. 바로 찬물에 헹궈 열기를 빼야 색이 살고 무르지 않습니다.
  4. 원추리처럼 생으로 먹으면 안 되는 나물은 반드시 충분히 데친 뒤 먹습니다.

보관 — 사 온 날 바로 손질하기

봄나물은 잎이 연해서 금방 시듭니다. 사 온 날 손질 방향을 정해 두면 버리는 양이 줄어듭니다.

나물2~3일 안에 먹을 때오래 둘 때
냉이·달래흙을 털지 말고 키친타월이나 신문지에 싸서 냉장데친 뒤 한 번 먹을 양씩 나눠 냉동
쑥씻지 않고 밀폐용기에 넣어 냉장데쳐서 물기를 짜고 냉동 (떡·국용)
두릅·머위밑동을 젖은 키친타월로 감싸 냉장데쳐 냉동하면 식감이 약간 무름
고사리·취나물생으로는 오래 두지 않음데쳐서 볕에 바싹 말려 상온 보관

마지막 줄의 말리는 방식이 옛날 집집마다 하던 방법입니다. 봄에 넉넉히 말려 두면 겨울 반찬이 되고, 이듬해 대보름 나물상에 다시 오릅니다. 하우스 재배로 나물이 사철 나오는 지금도 말린 나물을 따로 사는 이유는 이렇게 말리면서 생기는 식감과 향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나물을 무칠 때는 데친 뒤 물기를 너무 세게 짜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물기를 완전히 빼면 질겨지고, 양념이 겉돌기 때문입니다. 냉이와 달래처럼 향이 강한 나물은 간장보다 된장이나 고추장으로 무치면 향이 덜 묻히고, 쑥은 된장국에 넣어 끓이면 향을 가장 잘 살릴 수 있습니다.

두릅은 끓는 물에 밑동부터 넣어 데친 뒤 초고추장에 찍어 먹는 것이 가장 흔한 방법이고, 머위는 쓴맛이 강해 데친 뒤 찬물에 한참 우려 두었다가 무칩니다.

산에서 직접 캘 때 주의할 점

식품의약품안전처는 해마다 봄철에 독초를 산나물로 잘못 알고 먹어 탈이 나는 사고를 경고합니다. 원추리와 비슷한 여로, 곰취와 비슷한 동의나물처럼 모양이 닮은 독초가 있기 때문입니다. 확실히 아는 나물이 아니라면 캐지 않는 것이 원칙이고, 국립공원이나 사유지의 산나물을 허락 없이 채취하는 것은 법으로 금지되어 있습니다. 시장에서 사는 것이 가장 안전합니다.

참고한 자료

  •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 국가표준식품성분표 및 '농식품올바로' 제철 농산물 정보
  • 국립민속박물관, 『한국세시풍속사전』 '오신반'·'나물' 항목
  • 식품의약품안전처, 봄철 산나물·독초 구별 안내 자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