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계절 세시풍속

경칩 — 벌레가 깨는 날의 흙일·고로쇠 풍속과 10년치 날짜

사계절 세시풍속 편집 · 2026년 10월 15일

경칩(驚蟄)은 '숨어 있던 벌레(蟄)가 놀라 깬다(驚)'는 뜻입니다. 태양 황경 345도, 양력 3월 5~6일 무렵으로 24절기 가운데 세 번째입니다. 땅속에서 겨울을 난 개구리와 벌레가 밖으로 나오기 시작하는 때로 여겼습니다.

경칩 날짜 — 3월 5일과 6일을 오간다

연도양력 (한국 표준시)음력
20263월 5일(목) 22:591월 17일
20273월 6일(토) 04:401월 28일
20283월 5일(일) 10:252월 10일
20293월 5일(월) 16:181월 21일
20303월 5일(화) 22:032월 2일
20313월 6일(목) 03:512월 13일
20323월 5일(금) 09:401월 24일
20333월 5일(토) 15:322월 5일
20343월 5일(일) 21:321월 15일
20353월 6일(화) 03:221월 27일

3월 6일이 되는 해는 모두 윤년 바로 전해(2027·2031·2035년)이고, 시각이 새벽입니다. 4년 주기 안에서 가장 늦게 드는 해에 자정을 넘기면서 날짜가 하루 밀린 경우입니다. 2034년 경칩은 음력 1월 15일, 정월대보름과 같은 날입니다.

원래 이름은 '계칩'이었다

경칩은 처음부터 이 이름이 아니었습니다. 중국 옛 기록에서는 '숨은 벌레가 문을 연다'는 뜻의 계칩(啓蟄)이라 불렀는데, 한(漢)나라 경제(景帝)의 이름 유계(劉啓)에 같은 글자 '啓'가 들어 있어 이를 피하려고 '놀랄 경(驚)' 자로 바꾸었다고 전합니다. 임금의 이름 글자를 함부로 쓰지 않던 피휘(避諱) 관습 때문입니다.

순서가 바뀐 흔적도 있습니다. 한나라 초기의 일부 기록에서는 경칩이 우수보다 앞에 놓여 있다가, 뒤에 지금처럼 '우수 → 경칩' 순서로 정리되었다고 설명됩니다. 24절기가 한 번에 완성된 것이 아니라 오랜 시간 다듬어진 체계라는 것을 보여 주는 예입니다. 24절기 전체 이름의 뜻은 24절기 이름 풀이에서 볼 수 있습니다.

경칩에 하던 일

흙일 — 벽 바르기와 담 쌓기

『한국세시풍속사전』에 따르면 경칩에 흙으로 벽을 바르거나 담을 쌓으면 빈대가 없어진다고 해서, 이날 일부러 흙일을 했다고 합니다. 땅이 녹아 흙을 다루기 쉬워지는 시기라는 실용적인 이유도 겹쳐 있었을 것으로 봅니다. 빈대가 많던 집에서는 재를 물에 타서 그릇에 담아 방 네 귀퉁이에 두기도 했다고 전합니다.

보리싹으로 보는 농사 점

경칩 무렵 보리 싹이 자란 정도를 보고 그해 농사를 점치는 풍속도 있었습니다. 겨울을 난 보리가 잘 올라와 있으면 풍년이 들 징조로 여겼습니다. 가을에 심어 겨울을 넘기는 보리는 봄철 날씨를 미리 보여 주는 지표였던 셈입니다.

개구리 알과 고로쇠 수액

경칩에 개구리나 도롱뇽 알을 먹으면 몸에 좋다고 믿은 지역이 있었습니다. 지금은 야생 양서류를 함부로 잡는 것이 법으로 제한되므로 풍속으로만 남아 있습니다. 반면 지금까지 이어지는 것이 고로쇠 수액입니다. 고로쇠나무는 이른 봄 땅이 녹을 무렵 줄기에 물이 오르는데, 지리산과 백운산 일대를 비롯한 남부 산간에서는 경칩 전후로 이 수액을 받아 마시는 풍습이 있습니다. 나무에 물이 오르는 시기는 곡우까지 이어지며, 곡우 무렵의 수액 풍속은 곡우에서 다룹니다.

경칩과 '연인의 날'?

경칩에 은행 씨앗을 나눠 먹으며 사랑을 확인했다는 이야기가 최근 '한국의 밸런타인데이'라는 이름으로 소개되곤 합니다. 은행나무가 암수딴그루라 서로 마주 보아야 열매를 맺는다는 데서 나온 이야기입니다. 다만 이 내용은 옛 세시기에서 확인되는 풍속이라기보다 근래에 널리 퍼진 해석에 가까우니, 참고 정도로 받아들이는 것이 좋습니다.

이런 흙일과 점치기 풍속은 모두 땅이 녹아야 할 수 있는 일이라, 경칩이 실제로 몸을 움직이는 첫 절기였음을 보여 줍니다.

우수가 준비의 절기였다면 경칩은 그 준비를 실제 일로 옮기기 시작하는 절기였던 셈입니다.

정리 — 경칩은 '움직이기 시작하는 날'

입춘이 봄의 이름을 붙이고 우수가 얼음을 녹였다면, 경칩은 생물과 사람이 실제로 움직이기 시작하는 날입니다. 벌레가 나오고, 나무에 물이 오르고, 사람은 흙을 만지기 시작합니다. 이 흐름은 낮과 밤의 길이가 같아지는 춘분으로 이어집니다. 앞선 절기는 우수에서 볼 수 있습니다.

참고한 자료

  • 한국천문연구원 천문력(공공데이터포털 특일 정보) — 연도별 절기 일시
  • 국립민속박물관, 『한국세시풍속사전』 '경칩' 항목
  •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경칩' 및 '고로쇠나무' 항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