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계절 세시풍속

춘분 — 낮과 밤이 같은 날? 서울에선 사흘 먼저 같아진다

사계절 세시풍속 편집 · 2026년 10월 15일

춘분(春分)은 태양이 황경 0도, 곧 춘분점을 지나는 순간입니다. 이때 태양은 정확히 적도 위에 있고, 지구 어디서나 낮과 밤의 길이가 같다고 배웁니다. 그런데 서울의 일출·일몰 시각을 실제로 계산해 보면 조금 다른 결과가 나옵니다.

2026년 3월 서울의 낮 길이가 12시간 선을 지나는 모습. 3월 17일에 거의 12시간이 되고 춘분인 3월 20일에는 12시간 7분이다.

2026년 3월, 서울의 낮 길이

날짜해 뜨는 시각해 지는 시각낮 길이
3월 15일06:4418:3911시간 54분 57초
3월 16일06:4218:4011시간 57분 23초
3월 17일06:4118:4111시간 59분 49초
3월 18일06:3918:4212시간 2분 14초
3월 19일06:3818:4312시간 4분 40초
3월 20일 (춘분)06:3618:4312시간 7분 6초
3월 21일06:3518:4412시간 9분 32초

서울(북위 37.57°) 기준, 천체력으로 계산한 값입니다. 해 뜨고 지는 시각은 분 단위로 반올림했고, 낮 길이는 초 단위로 계산했습니다.

낮이 12시간을 넘는 첫날은 3월 18일이고, 춘분인 20일에는 이미 낮이 7분 더 깁니다. 낮과 밤이 실제로 같아지는 날은 춘분보다 2~3일 앞에 있습니다.

왜 춘분에 낮이 더 길까 — 이유 두 가지

  1. 일출·일몰의 기준이 태양의 윗부분입니다. 태양은 점이 아니라 지름이 있는 원반입니다. 해가 '떴다'고 하는 순간은 원반 윗부분이 지평선에 닿을 때이고, '졌다'고 하는 순간은 윗부분이 사라질 때입니다. 아침에 몇 분 일찍 뜨고 저녁에 몇 분 늦게 지는 셈입니다.
  2. 대기가 빛을 꺾습니다. 지평선 근처의 햇빛은 공기층을 비스듬히 지나며 휘어서, 실제로는 지평선 아래에 있는 태양이 눈에는 위에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이것도 낮을 앞뒤로 몇 분씩 늘립니다.

두 효과를 합치면 춘분 당일에도 낮이 밤보다 몇 분 길어집니다. 가을의 추분도 마찬가지라서, 추분에도 낮이 조금 더 길고 낮과 밤이 같아지는 날은 추분 며칠 뒤에 옵니다.

그림자로 확인하는 춘분

춘분과 추분에는 태양이 거의 정확히 정동쪽에서 떠서 정서쪽으로 집니다. 그래서 옛날에는 해 뜨는 방향과 그림자로 계절을 가늠했습니다. 서울에서 한낮에 1m 막대를 세웠을 때 그림자 길이를 계산하면 계절 차이가 뚜렷합니다.

절기정오 무렵 태양 높이1m 막대의 그림자
하지약 75.9°약 0.25m
춘분·추분약 52.4°약 0.77m
동지약 29.0°약 1.80m

서울 위도(37.57°)와 지구 자전축 기울기(23.44°)로 계산한 근삿값입니다.

춘분의 태양 높이는 '90도에서 그 지역의 위도를 뺀 값'입니다. 위도가 낮은 제주에서는 조금 더 높고, 북쪽으로 갈수록 낮아집니다. 동지의 그림자가 하지의 7배 이상 길다는 점을 보면, 같은 땅이 계절마다 받는 햇빛의 세기가 얼마나 다른지 짐작할 수 있습니다.

2026~2035년 춘분

연도양력 (한국 표준시)음력
20263월 20일(금) 23:462월 2일
20273월 21일(일) 05:252월 14일
20283월 20일(월) 11:172월 25일
20293월 20일(화) 17:022월 6일
20303월 20일(수) 22:522월 17일
20313월 21일(금) 04:412월 28일
20323월 20일(토) 10:222월 9일
20333월 20일(일) 16:232월 20일
20343월 20일(월) 22:182월 1일
20353월 21일(수) 04:032월 12일

춘분은 언제나 음력 2월 안에 듭니다. 춘분은 중기(中氣)이고, 음력 2월은 '춘분이 드는 달'로 정해지기 때문입니다. 이 규칙이 어떻게 윤달과 이어지는지는 윤달은 왜 생기고 언제 오나에서 설명했습니다.

음력 2월 1일에 드는 2034년처럼, 춘분이 음력 달의 첫날이나 마지막 날에 걸리는 해도 있습니다.

이처럼 춘분이 음력 날짜로 2월 안에서 어디에 오는지는 해마다 다르지만, 양력으로는 3월 20일이나 21일을 벗어나지 않습니다.

춘분과 농사

『한국세시풍속사전』은 춘분 무렵을 밭갈이를 시작하고 씨를 뿌릴 준비를 하는 때로 설명합니다. 낮이 밤보다 길어지기 시작해 햇빛을 받는 시간이 늘고, 땅도 녹아 농사일을 하기 좋은 조건이 갖춰지기 때문입니다. 이 무렵 날씨로 그해 농사를 점치기도 했는데, 지역마다 내용이 달라 한 가지로 정리되지는 않습니다.

춘분 이후로 낮은 하지까지 계속 길어집니다. 2026년 서울 기준으로 하지(6월 21일)의 낮은 14시간 45분으로, 춘분보다 2시간 38분 더 깁니다. 다음 절기는 청명입니다.

참고한 자료

  • 한국천문연구원 천문력(공공데이터포털 특일 정보) — 연도별 절기 일시
  • 한국천문연구원 천문우주지식정보 '일출·일몰 시각' 정의(태양 윗부분 기준·대기 굴절 반영)
  • 국립민속박물관, 『한국세시풍속사전』 '춘분' 항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