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명 — 식목일·한식과 하루 차이로 붙어 다니는 절기
청명(淸明)은 '하늘이 맑고(淸) 밝아진다(明)'는 뜻의 절기입니다. 태양 황경 15도, 양력 4월 4~5일 무렵입니다. 이 시기에는 이름이 다른 날 세 개가 거의 같은 날짜에 몰려 있어서 헷갈리기 쉽습니다. 청명, 식목일, 한식입니다.
세 날짜를 나란히 놓으면
| 연도 | 청명 (시각) | 식목일 | 한식 |
|---|---|---|---|
| 2026 | 4월 5일 03:40 | 4월 5일 | 4월 6일 |
| 2027 | 4월 5일 09:17 | 4월 5일 | 4월 6일 |
| 2028 | 4월 4일 15:03 | 4월 5일 | 4월 5일 |
| 2029 | 4월 4일 20:58 | 4월 5일 | 4월 5일 |
| 2030 | 4월 5일 02:41 | 4월 5일 | 4월 5일 |
| 2031 | 4월 5일 08:28 | 4월 5일 | 4월 6일 |
| 2032 | 4월 4일 14:18 | 4월 5일 | 4월 5일 |
| 2033 | 4월 4일 20:08 | 4월 5일 | 4월 5일 |
| 2034 | 4월 5일 02:06 | 4월 5일 | 4월 5일 |
| 2035 | 4월 5일 07:54 | 4월 5일 | 4월 6일 |
- 청명은 태양의 위치로 정해지므로 4월 4일 또는 5일입니다.
- 식목일은 법으로 정한 기념일이라 언제나 4월 5일입니다.
- 한식은 동지에서 105일째 되는 날이라, 동지 날짜에 따라 4월 5일 또는 6일입니다.
그래서 셋은 같은 날이 되기도 하고 하루씩 어긋나기도 합니다. 10년 가운데 세 날이 모두 4월 5일로 겹치는 해는 2030년과 2034년뿐입니다. 한식 날짜를 세는 방법은 한식 — 동지에서 105일째 되는 날에 따로 정리했습니다.
임금이 새 불을 나눠 주던 날
청명에 관한 기록 가운데 가장 인상적인 것은 불에 관한 것입니다. 『동국세시기』 청명조에는 이날 버드나무와 느릅나무를 비벼 새 불을 일으켜 임금에게 바치고, 임금은 그 불을 대신들과 여러 관청에 나누어 주었다고 적혀 있습니다. 이를 사화(賜火)라고 합니다.
한 해 동안 써 온 묵은 불을 끄고 새 불을 받는다는 의미였습니다. 한식에 불을 피우지 않고 찬 음식을 먹는 풍속과 짝을 이루는 셈인데, 불을 끈 뒤에 새 불을 받는 흐름으로 보면 두 풍속이 하나로 이어집니다.
농사와 나무 심기
청명은 봄 농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때였습니다. 논밭의 흙을 고르고 가래질을 하며, 이 무렵부터 각종 씨를 뿌리기 시작합니다. 땅이 풀리고 날이 맑아 나무를 옮겨 심기에도 좋았기 때문에, 청명이나 한식에 나무를 심는 풍습이 있었다고 전합니다. 1946년에 식목일을 4월 5일로 정한(1949년 공휴일 지정) 데에도 이런 계절적 배경이 있었다고 설명됩니다.
오늘날에는 기온이 예전보다 올라 남부 지방에서는 나무 심기에 좋은 때가 3월로 앞당겨졌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식목일 날짜를 3월로 옮기자는 논의가 여러 차례 있었던 것도 이 때문입니다.
중국은 청명, 한국은 한식
조상의 묘를 찾는 날이라는 점에서 청명과 한식은 비슷한 역할을 했지만, 나라마다 무게를 둔 쪽이 달랐습니다. 중국에서는 청명 자체가 성묘하는 명절인 청명절(淸明節)로 자리 잡아 지금도 공휴일입니다. 한국에서는 조선 시대에 한식이 설·단오·추석과 함께 큰 명절로 꼽혀, 성묘는 주로 '한식 성묘'라 불렀습니다. 날짜가 하루 차이로 붙어 있어 같은 풍속이 두 이름으로 나뉘어 전해진 셈입니다.
청명 무렵 서울의 낮은 12시간 46분(2026년 4월 5일 기준)으로, 춘분보다 39분 길어졌습니다. 해는 오전 6시 12분에 떠서 오후 6시 58분에 져서, 퇴근 시간에도 아직 밝은 날이 시작되는 때입니다.
'손 없는 날'로 여긴 청명·한식
청명과 한식은 하늘과 땅의 신이 모두 하늘로 올라가 아무 탈이 없는 날로 여겨, 평소 날을 가려 하던 일을 이때 몰아서 했습니다. 산소를 돌보고 떼를 다시 입히는 일, 묘를 옮기는 일, 집을 손보는 일이 대표적입니다. 윤달에 비슷한 일을 하던 풍속과 같은 생각에서 나온 것으로, 윤달 글에서도 소개했습니다.
음력으로 보면 청명은 2월 중순에서 3월 중순 사이를 오갑니다. 2026년 청명은 음력 2월 18일, 2031년은 3월 14일입니다. 그래서 음력 3월 3일 삼짇날보다 먼저 오는 해도 있고 늦게 오는 해도 있습니다. 진달래가 피고 봄나들이를 하던 시기와 청명이 겹치는 것은 그 때문입니다.
다만 이름과 달리 한반도에서는 이 무렵이 봄철 황사가 잦은 때와 겹치기도 합니다. 절기 이름이 만들어진 중국 화북 지방의 날씨가 그대로 들어맞지는 않는다는 점은 다른 절기에서도 종종 보입니다.
다음 절기인 곡우는 곡우 — 곡식을 키우는 비에서 이어집니다.
참고한 자료
- 한국천문연구원 천문력(공공데이터포털 특일 정보) — 연도별 절기 일시
- 홍석모, 『동국세시기』(1849) 청명조 —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해제 참고
- 국립민속박물관, 『한국세시풍속사전』 '청명'·'한식' 항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