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날 음식의 유래 — 기록에 남은 팥죽·개장국에서 오늘의 삼계탕까지
복날에 몸을 보하는 음식을 먹는 것을 '복달임'이라 합니다. 지금은 복날 하면 삼계탕을 먼저 떠올리지만, 기록을 거슬러 올라가 보면 복날 음식은 시대마다 꽤 달랐습니다. 무엇을 먹었는지보다 왜 먹었는지를 따라가 보면 변화가 자연스럽게 이해됩니다.
기록 속 복날 음식
조선 후기 『동국세시기』 삼복조에는 두 가지 음식이 나옵니다.
- 팥죽 — 복날에 팥죽을 쑤어 먹으면 더위를 먹지 않고 병에 걸리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붉은 팥이 나쁜 기운을 물리친다는 생각은 동지 팥죽과 같은 맥락입니다.
- 개장국 — 개고기를 파와 함께 푹 끓인 국을 구장(狗醬)이라 하고, 여기에 고춧가루를 타서 밥을 말아 먹으면 땀을 흘려 더위를 물리치고 허한 몸을 보한다고 적었습니다.
『동국세시기』는 또 중국 진(秦)나라 때 복날에 개를 잡아 성문에 걸어 해충을 막았다는 고사를 소개하며 이 풍속의 유래를 설명합니다. 다만 이것은 당시 사람들이 이해한 유래이고, 실제로 언제부터 이 음식이 복날에 굳어졌는지는 분명하지 않습니다.
삼계탕이 대표가 되기까지
닭백숙이나 닭죽은 예전부터 여름 보양식으로 먹었지만, 인삼을 넣은 지금 형태의 삼계탕이 복날 대표 음식으로 자리 잡은 것은 20세기 중반 이후로 알려져 있습니다. 『한국세시풍속사전』은 삼계탕이 비교적 최근에 널리 퍼진 음식이라고 설명합니다. 닭을 기르는 집이 많아 구하기 쉬웠고, 영계 한 마리가 한 사람 몫으로 알맞으며, 인삼이 대중화된 것이 함께 작용한 것으로 봅니다.
| 시기 | 대표적으로 언급되는 복날 음식 |
|---|---|
| 조선 후기 기록 | 팥죽, 개장국 |
| 20세기 중반 이후 | 삼계탕이 크게 늘어남, 개장국 대신 쇠고기로 끓인 육개장도 퍼짐 |
| 지역·계층에 따라 | 민어탕, 장어, 추어탕, 닭죽, 수박·참외 같은 과일 |
육개장 — 개장국을 대신한 쇠고기 국
육개장은 이름 그대로 개장국을 쇠고기(肉)로 바꿔 끓인 국으로 설명됩니다. 개고기를 꺼리는 사람들이 같은 방식으로 쇠고기를 쓰면서 생겨났다는 것입니다. 고사리, 토란대, 숙주 같은 나물을 넣고 고춧가루로 맵게 끓이는 방식이 개장국과 비슷합니다.
민어와 장어 — 바닷가와 반가의 복달임
서해와 남해 지역, 그리고 형편이 넉넉한 집에서는 민어를 복달임 음식으로 꼽았습니다. 민어는 여름이 제철인 생선으로, 탕이나 찜으로 먹었습니다. 강과 바다가 만나는 지역에서는 장어를 구워 먹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복날 음식은 지역마다 구하기 쉬운 재료로 몸을 보한다는 원칙 아래 다양하게 나타났습니다.
개식용종식법과 달라진 복날
2024년 「개의 식용 목적의 사육·도살 및 유통 등 종식에 관한 특별법」이 제정되었습니다. 이 법은 식용을 목적으로 개를 사육·도살하거나, 개로 만든 식품을 유통·판매하는 것을 금지하며, 기존 업계의 전업과 폐업을 위해 3년의 유예 기간을 두었습니다. 유예 기간이 끝나는 2027년부터는 이 금지가 본격적으로 적용됩니다. 『동국세시기』에 기록된 개장국은 이제 풍속의 역사로만 남게 되는 셈입니다.
뜨거운 것만 먹은 것은 아니다
복날 음식을 이열치열로만 설명하기 쉽지만, 시원하게 더위를 식히는 방법도 함께 있었습니다. 수박과 참외 같은 제철 과일을 우물물에 담가 두었다 먹었고, 미숫가루를 찬물에 타서 마시거나 오이냉국을 곁들였습니다. 양반가에서는 계곡에 자리를 잡고 발을 물에 담그는 탁족을 즐겼고, 서민들은 냇가에서 물고기를 잡아 천렵국을 끓여 먹었습니다. 몸 안은 뜨거운 국으로 덥혀 땀을 내고, 몸 밖은 시원한 물로 식히는 두 가지 방법이 함께 쓰였던 셈입니다.
오늘날 복날에 냉면이나 콩국수를 찾는 사람이 많은 것도, 시원하게 더위를 다스리는 이 오래된 방법과 이어져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정리 — 음식은 바뀌어도 이유는 같다
팥죽에서 개장국, 육개장, 삼계탕으로 음식은 계속 바뀌었지만, 복날 음식의 공통점은 뜨겁게 먹고 땀을 내서 더위를 이긴다는 생각입니다. 이열치열(以熱治熱)이라는 말이 복날 음식을 설명할 때 자주 쓰이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복날이 언제인지는 삼복 날짜 계산법에서, 가장 더운 시기와 절기의 관계는 대서에서 볼 수 있습니다.
무엇을 먹든 복날 음식의 목적은 한여름에 지친 몸을 다시 일으켜 세우는 데 있었고, 그 점은 지금도 다르지 않습니다.
참고한 자료
- 홍석모, 『동국세시기』(1849) 유월 삼복조 —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해제 참고
- 국립민속박물관, 『한국세시풍속사전』 '복날'·'삼계탕'·'복달임' 항목
- 법제처 국가법령정보센터, 「개의 식용 목적의 사육·도살 및 유통 등 종식에 관한 특별법」(20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