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계절 세시풍속

처서 — 모기 입이 비뚤어진다는 날, 벌초와 포쇄의 계절

사계절 세시풍속 편집 · 2026년 10월 15일

처서(處暑)는 '더위가 그친다'는 뜻입니다. 여기서 '처(處)'는 머무르다, 멈추다라는 뜻으로 쓰였습니다. 태양 황경 150도, 양력 8월 22~23일 무렵으로 가을의 두 번째 절기입니다. 입추가 이름뿐인 가을이었다면, 처서는 실제로 더위가 꺾이기 시작한다고 느끼는 절기입니다.

처서 속담 세 가지

속담뜻
처서가 지나면 모기 입이 비뚤어진다선선해져 모기가 힘을 잃는다
처서에 비가 오면 독 안의 쌀이 줄어든다벼가 여물 때 비가 오면 흉작이 든다
처서가 지나면 풀도 울며 돌아간다풀이 더 자라지 않아 벌초하기 좋다

첫 번째 속담은 처서의 상징처럼 쓰입니다. 실제로 모기는 기온이 낮아지면 활동이 줄어드는 곤충이라 이 속담에는 근거가 있습니다. 다만 요즘은 도시의 늦더위와 실내 난방, 지하 공간 때문에 가을에도 모기가 오래 활동해서, 속담과 달리 9~10월까지 모기에 시달리는 경우가 흔합니다.

두 번째 속담은 농사 걱정입니다. 처서 무렵은 벼 이삭이 패고 꽃이 피어 열매를 맺는 때인데, 이때 비가 많이 오면 꽃가루받이가 제대로 되지 않아 쭉정이가 늘어납니다. 그래서 처서에는 비보다 맑고 뜨거운 햇볕을 바랐습니다.

2026~2035년 처서

연도양력 (한국 표준시)음력
20268월 23일(일) 11:197월 11일
20278월 23일(월) 17:147월 22일
20288월 22일(화) 23:017월 3일
20298월 23일(목) 04:527월 14일
20308월 23일(금) 10:367월 25일
20318월 23일(토) 16:237월 6일
20328월 22일(일) 22:187월 17일
20338월 23일(화) 04:027월 29일
20348월 23일(수) 09:487월 10일
20358월 23일(목) 15:447월 20일

처서는 중기라 원칙적으로 음력 7월에 들고, 2026~2035년에도 모두 음력 7월입니다. 2029년 처서(음 7월 14일)는 백중(음 7월 15일) 하루 전이고, 2034년 처서는 음 7월 10일이라 칠석 사흘 뒤입니다. 음력 7월의 명절인 칠석과 백중은 대개 처서 앞뒤로 옵니다.

벌초 — 처서 무렵부터 추석 전까지

처서가 지나면 풀이 더 이상 크게 자라지 않습니다. 그래서 이 무렵부터 추석 전까지 조상의 묘에 자란 풀을 베는 벌초를 했습니다. 너무 일찍 베면 추석 전에 풀이 다시 자라고, 너무 늦으면 추석 성묘에 맞추기 어려웠기 때문입니다. 지금도 처서 이후 주말부터 추석 직전까지 벌초 행렬로 고속도로가 붐비는 것은 이 시간표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벌초 때는 벌 쏘임 사고가 잦습니다. 늦여름은 말벌과 땅벌이 가장 활발한 시기라, 풀을 베기 전에 무덤 주변 땅속과 나무 둥치에 벌집이 있는지 먼저 살피는 것이 좋습니다. 밝은 색 옷을 입고 향이 강한 화장품을 피하라는 안내가 해마다 나옵니다.

처서 복숭아, 백로 포도

"처서 복숭아, 백로 포도"라는 말이 있습니다. 처서 무렵에는 복숭아가, 보름 뒤 백로 무렵에는 포도가 가장 맛있다는 뜻입니다. 늦여름 복숭아는 한여름 장마를 지나 햇볕을 충분히 받은 뒤라 당도가 높고, 이 무렵부터 일교차가 커지면서 과일에 단맛이 더 든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같은 무렵 들에서는 고추가 붉게 익어 따서 말리기 시작하고, 참깨를 베어 털기도 합니다. 처서는 여름 과일의 끝물과 가을 수확의 시작이 겹치는 때입니다.

포쇄 — 책과 옷을 햇볕에 말리기

『한국세시풍속사전』은 처서 무렵 여름 장마 동안 눅눅해진 책과 옷을 꺼내 햇볕과 바람에 말리는 풍속을 소개합니다. 이를 포쇄(曝曬)라 합니다. 습기가 많은 여름을 지나며 곰팡이와 좀이 슬기 쉬운 물건을, 햇볕은 아직 강하고 공기는 건조해지는 처서 무렵에 말리는 것입니다. 조선 시대에는 나라의 중요한 기록을 보관하던 사고(史庫)에서도 정해진 때에 책을 꺼내 바람을 쐬는 포쇄를 했다는 기록이 남아 있습니다.

처서 무렵 서울의 낮은 13시간 20분(2026년)으로, 입추보다 33분 짧아졌습니다. 낮이 줄어드는 속도가 1년 중 가장 빠른 구간에 들어서는 때라, 저녁이 하루하루 빨리 찾아옵니다. 다음 절기는 흰 이슬이 맺힌다는 백로입니다.

처서는 이렇게 더위의 끝과 가을 준비의 시작이 함께 있는 절기입니다.

참고한 자료

  • 한국천문연구원 천문력(공공데이터포털 특일 정보) — 연도별 절기 일시
  • 국립민속박물관, 『한국세시풍속사전』 '처서'·'포쇄'·'벌초' 항목
  •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이십사절기' 항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