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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무아무아(‘Oumuamua): 태양계를 스쳐간 미스터리, 외계의 탐사선이었나?

사계연구원 2025. 8. 6.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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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무아무아(‘Oumuamua): 태양계를 스쳐간 미스터리, 외계의 탐사선이었나?

2017년 10월 19일, 하와이에 위치한 판-스타스(Pan-STARRS) 망원경은 태양계 안에서 전례 없는 움직임을 보이는 희미한 빛의 점 하나를 포착했습니다. 처음에는 평범한 소행성이나 혜성으로 여겨졌던 이 천체는, 며칠간의 궤도 계산 끝에 천문학계 전체를 흥분과 충격에 빠뜨렸습니다. 이 천체는 우리 태양계에 속한 것이 아니라, 머나먼 다른 별에서 출발하여 수억, 수십억 년의 긴 여행 끝에 우리 태양계를 스쳐 지나가는 인류 최초의 '성간 천체(Interstellar Object)'였기 때문입니다. '먼 곳에서 온 첫 번째 정찰병'이라는 의미를 담아 하와이어로 '오무아무아(‘Oumuamua)'라는 이름이 붙여진 이 손님은, 짧은 관측 기간 동안 기존의 어떤 천체와도 다른 기묘하고 불가사의한 특징들을 보여주며 엄청난 논쟁을 불러일으켰습니다. 극도로 길쭉한 모양, 혜성의 꼬리 없는 미스터리한 가속, 기이한 회전. 과연 오무아무아는 우리가 아직 모르는 새로운 유형의 자연적인 천체였을까요, 아니면 하버드 대학의 저명한 천문학자 아비 로브의 주장처럼, 고도로 발달한 외계 문명이 보낸 인공적인 탐사선이었을까요? 이것은 우리 태양계를 방문한 최초이자 가장 기묘한 손님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오무아무아 컨셉 이미지

 

 

최초의 성간 손님: 어떻게 알아냈는가?

오무아무아가 성간 천체임을 확신하게 된 결정적인 이유는 바로 그것의 '궤도'였습니다.

  • 쌍곡선 궤도(Hyperbolic Orbit): 태양계에 속한 모든 행성, 소행성, 혜성은 태양의 중력에 묶여 타원 궤도를 돕니다. 하지만 오무아무아의 궤도를 계산한 결과, 태양의 중력을 뿌리치고 영원히 태양계를 탈출할 수 있는 압도적인 속도를 가진 '쌍곡선 궤도'를 그리고 있었습니다. 이심률(eccentricity)이 1.2에 달하는 이 궤도는 이 천체가 태양계 외부에서 왔다는 빼도 박도 못할 증거였습니다.
  • 태양계를 향한 고속 진입: 오무아무아는 태양계의 행성들이 공전하는 평면(황도면)과는 거의 수직에 가까운, 매우 특이한 각도로 태양계를 향해 돌진해 왔습니다. 이는 마치 고속도로를 달리는 자동차들 사이로 위에서 드론이 갑자기 나타난 것과 같은 모습이었습니다.

천문학자들은 서둘러 전 세계의 망원경을 동원하여 이미 태양을 지나 멀어져 가는 이 미스터리한 손님을 추적하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관측할 수 있는 시간은 단 몇 주에 불과했고, 그 짧은 시간 동안 얻어진 데이터는 더 큰 수수께끼만을 남겼습니다.

 

 

오무아무아의 세 가지 미스터리

1. 기묘한 모양: 시가인가, 팬케이크인가?

오무아무아는 너무 작고 멀어서 그 모양을 직접 촬영할 수는 없었습니다. 하지만 과학자들은 그것이 회전하면서 밝기가 주기적으로, 그리고 매우 극적으로 변하는 것을 관측했습니다.

  • 극단적인 밝기 변화: 오무아무아의 밝기는 가장 밝을 때와 가장 어두울 때의 차이가 무려 10배 이상 났습니다. 이는 태양계에서 알려진 어떤 소행성이나 혜성보다도 훨씬 극단적인 변화였습니다.
  • 길쭉한 형태의 추정: 이 극심한 밝기 변화를 설명할 수 있는 가장 유력한 해석은, 오무아무아가 공처럼 둥근 형태가 아니라, 가로세로 비율이 극단적으로 차이 나는 길쭉한 모양이라는 것이었습니다. 초기 분석에서는 길이가 폭보다 10배 이상 긴, 마치 '시가(cigar)'와 같은 모양일 것으로 추정되었습니다. 이후의 분석에서는 얇고 평평한 '팬케이크'나 '원반' 모양일 가능성도 제기되었습니다. 어느 쪽이든, 자연적으로 이런 극단적인 형태의 천체가 어떻게 만들어질 수 있는지는 설명하기 매우 어렵습니다.

 

2. 꼬리 없는 가속: 보이지 않는 로켓 엔진?

오무아무아의 가장 큰 미스터리는 바로 그것의 '비중력 가속(non-gravitational acceleration)'입니다.

  • 설명할 수 없는 가속: 천문학자들이 오무아무아의 궤도를 정밀하게 추적한 결과, 이 천체는 오직 태양의 중력에 의해서만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무언가에 의해 아주 미세하게 '더' 가속되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마치 보이지 않는 작은 로켓 엔진이 뒤에서 밀어주는 것처럼 말입니다.
  • 혜성의 경우: 이러한 비중력 가속 현상 자체는 드문 일이 아닙니다. 혜성(Comet)이 태양에 가까워지면 표면의 얼음이 증발하면서 가스를 분출(outgassing)하는데, 이 가스가 로켓처럼 작용하여 혜성의 궤도를 미세하게 바꿉니다.
  • 오무아무아의 문제: 하지만 오무아무아의 주변에서는 혜성의 특징인 '코마(coma)'나 '꼬리(tail)'라고 불리는 가스와 먼지 구름이 전혀 관측되지 않았습니다. 가장 민감한 스피처 우주 망원경으로도 관측되지 않았습니다. 가스를 분출하지 않으면서, 어떻게 혜성처럼 가속할 수 있었을까요? 수소 얼음처럼 보이지 않는 물질로 된 가스를 분출했을 것이라는 가설도 제기되었지만, 이를 뒷받침할 증거는 없습니다.

 

3. 기이한 회전과 굴러가는 움직임

오무아무아는 단순히 한 축을 중심으로 안정적으로 회전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축이 뒤섞여 매우 복잡하게 굴러가듯이 움직이는 '텀블링(tumbling)' 현상을 보였습니다. 이는 자연적인 현상이지만, 태양계 내의 천체에서는 흔치 않은 움직임입니다.

 

 

아비 로브의 도발적인 가설: 외계의 인공물인가?

이러한 미스터리들을 종합하여, 하버드 대학 천문학과 학과장이었던 아비 로브(Avi Loeb) 교수는 매우 대담하고 논쟁적인 가설을 제안했습니다. 바로 오무아무아가 자연적인 천체가 아니라, 외계 지성 문명(ETI)이 만든 인공물(artifact)일 수 있다는 것입니다.

  • 솔라 세일(Solar Sail) 가설: 그는 오무아무아의 꼬리 없는 가속 현상을 설명하기 위해, 이 천체가 별빛의 압력(광압)을 이용해 추진력을 얻는 거대한 '솔라 세일(태양 돛)'일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만약 오무아무아가 두께 1mm 미만의 매우 얇고 넓은 막 형태라면, 태양빛의 압력만으로도 관측된 미세한 가속을 충분히 설명할 수 있습니다. 이는 동시에 극단적인 모양(팬케이크)에 대한 설명도 됩니다.
  • 정찰선 또는 부표?: 그는 오무아무아가 다른 문명이 보낸 정찰 탐사선이거나, 혹은 은하 내의 특정 지점을 표시하기 위한 통신 부표일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기했습니다. '정찰병'이라는 이름의 의미처럼 말입니다.

아비 로브의 가설은 과학계 주류로부터 많은 비판을 받았습니다. 대부분의 과학자들은 우리가 아직 모르는 새로운 유형의 자연 현상(예: 질소 얼음 덩어리, 수소 빙산 등)으로 설명할 수 있을 것이라며, 외계인 가설을 섣불리 도입하는 것은 '오컴의 면도날(가장 단순한 설명이 가장 좋은 설명이라는 원칙)'에 위배된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로브는 오무아무아의 모든 기묘한 특징들을 동시에 설명할 수 있는 자연적인 시나리오가 아직 없으며, 외계 기원설 역시 진지하게 고려해야 할 과학적 가설 중 하나라고 반박하고 있습니다.

 

 

 

두 번째 성간 손님: 보리소프 혜성

오무아무아 논쟁이 한창이던 2019년, 아마추어 천문학자 겐나디 보리소프에 의해 두 번째 성간 천체인 '2I/보리소프(2I/Borisov)'가 발견되었습니다. 오무아무아와는 달리, 보리소프는 거대한 코마와 꼬리를 가진, 우리가 아는 혜성과 매우 유사한 모습을 하고 있었습니다.

  • 오무아무아의 특이성 부각: 보리소프의 '평범함'은 역설적으로 오무아무아가 얼마나 '특별하고 이상한' 존재였는지를 더욱 부각시켰습니다. 과학자들은 성간 공간에 떠다니는 대부분의 천체는 보리소프처럼 평범한 혜성이나 소행성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오무아무아는 대체 무엇이었을까요?

 

 

결론: 답을 알 수 없는 영원한 미스터리

오무아무아는 이제 우리 태양계를 완전히 벗어나, 다시는 관측할 수 없는 깊은 우주로 영원히 사라졌습니다. 우리는 아마 그 정체를 영원히 알 수 없을지도 모릅니다. 그것은 질소 빙산처럼 우리가 아직 몰랐던 새로운 유형의 자연적인 천체였을 수도 있고, 아니면 정말로 머나먼 별에서 온 외계 문명의 잔해였을 수도 있습니다.

 

분명한 것은, 오무아무아가 우리에게 중요한 교훈을 주었다는 점입니다.

  1. 우리는 혼자가 아니다: 태양계는 고립된 섬이 아니라, 다른 항성계와 물질을 교환하는 은하의 일부라는 사실을 눈으로 확인시켜 주었습니다. 앞으로 더 많은 성간 천체들이 발견될 것입니다.
  2. 우리의 상상력을 자극하다: 오무아무아는 우리가 우주에 대해 얼마나 모르는 것이 많은지를 일깨워 주었습니다. 그것은 기존의 이론에 안주하지 말고, 항상 열린 마음으로 대담한 가능성을 탐구해야 한다는 과학의 기본 정신을 상기시킵니다.

오무아무아는 짧은 방문을 통해 수많은 질문만을 남긴 채 떠나갔습니다. 하지만 그 찰나의 스침은 인류에게 성간 탐사의 시대를 열어주었고, 우주 어딘가에 있을지 모를 또 다른 존재에 대한 우리의 상상력에 다시 한번 불을 지폈습니다. 저 어두운 심연에서 온 최초의 정찰병은, 어쩌면 우리에게 가장 큰 미스터리를 선물하고 떠난 것인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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